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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호의 논문 논찬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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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약학회원 여러분
한국기독교학회 제 39차 정기학술대회에서 이루어진 조광호 교수의 '고린도교회를 통해 본 바울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에 대한 논찬입니다. 정기학술대회의 자료집에 있는 논찬은 저의 부주의로 보내진 파일로 인쇄된 것입니다. 첨부된 파일을 참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노식

조광호의 “고린도교회를 통해 본 바울의 카리스마와 리더십-막스 베버의 카리스마 이해와 관련하여”에 대한 논찬


박노식(강남대)


   1. 들어가면서
  
   현대사회의 정보화와 지구화는 그 자체의 복잡성과 다원성을 특징으로 하여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복잡성과 다원성은 계층적 인종적 지리적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에 현대사회는 이상적 리더십을 강렬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카리스마에 대한 연구는 개인과 조직을 위한 리더십에 관련된 관심을 집중시키는 주제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카리스마는 남으로 하여금 우러러 보고 저절로 따르게 만드는 기질로 인정되고, 더 나아가 이젠 어떤 사람의 매력으로 이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광호 교수의 연구는 성서학과 사회학의 학제간 연구에 빛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이기도 하다. 그의 연구는 현대사회의 갈등완화와 사회통합을 위한 효율적인 리더십을 찾고 있는 우리에게 큰 혜안을 허락하고 있다. 이에 먼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2. 비평적 요약

   조광호는 II에서 어원과 용례를 통해 카리스마(ca,risma)의 의미를 확정하였다. 그는 바울을 분기점으로 삼고, 카리스마라는 단어를 바울의 단어로 간주하며 “하나님께서 베푸신 영적 능력으로서의 재능”으로 정의한다. 바울은 ca,rij에 ‘행위’ 혹은 ‘결과’를 가리키는 그리스어의 접미사 ‘ma’를 붙여 ‘ca,risma’로 표현하면서 ca,rij의 추상적 개념을 제거하고 ‘은총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는 객관적 실재성을 갖게 했다. 그리고 그는 이 단어를 용례적으로 분류한다: 은사(롬 12:6; 고전 7:7; 12:4, 9, 28, 30, 31), 우월성(영적 능력, 롬 1:11; 고전 1:7; 고후 1:11; 딤전 4:14; 딤후 1:6), 그리고 구속성(롬 5:15, 16; 6:23; 11:29).
   조광호는 III에서 바울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에 집중하면서 바울적 의미의 카리스마 개념을 심도있게 설명한다. 그는, 이 연구를 위하여 카리스마의 세 번째 용례(구원의 결과에 관련된)와 직분수여에 관련된 용례(딤전 4:14; 딤후 1:6)를 제외하면서, 연구를 위한 카리스마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종말을 앞둔 신앙인에게 필요한, 하나님께서 은혜로 내려 주신 다양한 영적 은사.” 곧 바울은 ‘카리스마’에 ‘신의 은총으로 얻게 되는 영적, 초자연적 능력’이라는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바울은 카리스마를 ‘예수께서 재림에 이르는 기간 동안 사용될 능력’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카리스마의 의미를 요약하면서 카리스마의 우월적 특성보다는 다양성과 통일성의 요소들을 계속적으로 강조한다. 그리고 이 연구의 핵심적인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고린도 교회를 통해 본 바울의 리더십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는 연구를 통하여 바울 리더십의 특징을 일곱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투철한 사명의식, 핵심가치에 집중, 보편성에 바탕을 둔 다양성 강조, 역설로써의 섬김, 본받음, 어버이의 심정, 초월적 목표제시.
   조광호는 IV에서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 이해를 소개하고 막스 베버와 바울 간의 카리스마 개념과 관련성을 확인하고 있다. 카리스마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내려준 능력, 혹은 신에게서 받은 주술, 예언, 예지 같은 초인적인 자질을 뜻하는 신학적인 용어였지만, 막스 베버는 이를 사회학적 개념으로 변용하여 지도자에게서 초자연적 혹은 초인간적 권능과 자질을 그의 추종자들이 인식하는 현상으로 정의하였다. 그가 언급한 것처럼,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를 사회나 조직을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현상으로 지적한다. 그는 먼저 막스 베버의 세가지 유형의 지배 개념을 소개한다: 합법적, 전통적, 그리고 카리스마적 지배.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적 권위를 전통적 권위나 합법적 권위와 대비시켜,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전통 혹은 지배적인 법적 규범을 깨트리고 신의 예언자로서의 책무라는 특별히 비합리적인 근거에서 복종을 요구하며, 추종자들은 지도자가 구현한다고 믿는 사명 때문에 그에게 복종과 헌신을 보인다고 설명하였다. 인류사를 통하여 보여지는 교훈은 창조적이고 혁명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지도자의 권위는 추종자들의 신뢰와 지지의 기반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관료제와는 달리 직위의 신성함에 권위를 기반하지 않고, 전통적 지배의 가부장과 달리 관습의 신성함에 의존할 수 없지만, 추종자를 변화시켜 놓는다.
   그에 따르면 막스 베버는 예수와 바울 사이의 리더십의 유형을 다르게 보았다. 베버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중심에는 예수가 있지 바울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울에게 있어서 카리스마는 영향력이나 권위와는 상관없는 말로써 섬김으로 나타나지만, 막스 베버에 있어서 카리스마는 초자연적, 초인간적 또는 예외적인 능력을 통하여 드러난 영향력 곧 지배로 나타난다.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모델을 예수를 포함한 예언자들에게서 찾았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유형은 예수를 방랑하는 카리스마 지도자로 이해하는 전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성서에서 말하는 방랑하는 카리스마 지도자와 예언자는 불의한 권력에 대항하고,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권력자를 비판하며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막스 베버는 예언자를 정의하며 최초로 카라스마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그에 의하면 예언자는 하나님의 명령이나 종교적 교의를 선포하는 사명을 지닌 인물이며 카리스마의 운반자이다. 예언자는 불의와 억압, 인권유린을 고발하고 해방과 구원, 희망을 선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3. 질문

   바울 리더십의 유형은 무엇인가? 조광호는 바울 리더십의 특징만을 토론하고 그러한 리더십의 유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바울의 리더십 사이의 ‘간격’을 인정한다. 그 간격을 지배와 섬김으로 뚜렷하게 구분하고 있다. 베버의 리더십은 추종자를 지배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바울의 리더십은 섬김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구분을 통하여 그는 바울의 리더십을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결정하지 않는 듯하다. 막스 베버와 바울 사이의 간격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연구자는 또한 바울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관련 없는 것으로 단정하였다(p 4, 16). 만일 바울의 리더십이 카리스마적 리더십과는 다른 유형의 리더십이라면, 그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질문과 함께 본 독자에게는 연구자가 소개한 바울 리더십의 특징이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유형으로 보인다. “투철한 소명의식”과 “핵심가치에 집중”이라는 특징은 방랑하는 카리스마 혹은 예언자적 리더십의 중요한 현상인 신적 능력이라는 필수적인 자격 요건에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연구자가 소개한 바울의 소명의식은 일반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신적 능력과 카리스마적 자질을 바울이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암묵적인 표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섬김과 본받음 그리고 어버이의 심정이라는 특징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윤리성의 속성에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메시지는 강렬한 도덕성을 내포해야만 한다. 이러한 강렬한 도덕성은 추종자들에게 지도자를 구원론적-메시아적 존재로 확신시키는 외면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광호는 카리스마를 ‘종말을 앞둔 신앙인에게 필요한, 하나님께서 은혜로 내려 주신 다양한 영적 능력’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그는 카리스마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카리스마에 대한 그 어떤 우월성도 부정한다. 연구자에 따르면, 이상적 공동체는 다양하고 통일성을 갖고 있는 은사를 통하여 발휘되는 리더십을 필요로 하게 된다. ‘모든 사람은 받은 다양한 은사를 통하여 상대를 존중하면서 교회[집단]를 섬겨야 한다’(p 4, 16)는 주장은 다양성과 통일성의 특성을 요약한 말이다. 다양성이라는 것은 직책의 다양성을, 그리고 통일성은 집단의 목적에 관련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특성은 합리적 관료제에서 나타나는 직책의 다양성과 다양한 직책을 공동체의 이상으로 응집시키려는 리더십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우월성의 부정과 다양성과 통일성의 인정은 바울의 교회를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공동체(그룹) 혹은 집단(교회)으로 인정하게 한다.  
   또한 그에게 있어서, 카리스마에 관련된 바울의 의도는 리더십이 아니라 공동체였다. 바울의 의도는 그의 리더십이 카리스마의 다양성을 향유하는 하나의 교회에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점에서 바울에게서 카리스마는 개인의 명성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있어야 한다. 카리스마의 다양성은 권위의 중심을 소수에서 전체로 옮겨 놓은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리더십은 그 공동체의 모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씩 맡겨지는 공동의 업무가 된다.
   마지막으로 우월성을 강조하지 않고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은 종교적 제도나 전통으로부터 떨어져서 말하는 방랑하는 카리스마 혹은 예언자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듯하다. 게다가 다양성과 통일성의 강조는 현재의 제도나 전통을 관리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다양성과 통일성이라는 특징은 예언자의 리더십 보다는 성직자의 리더십에 가깝다. 자신의 개인적 카리스마, 비범한 영적인 능력을 공중 앞에서 확증시키는 예언자와 달리, 성직자의 카리스마는 근본적으로 직책의 권위와 그것의 힘을 통하여 조직을 유지하고 이상을 성취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다양성의 특성은 예언자처럼 능력을 공중 앞에서 확증시키는 리더십이 아니라 다양한 직책에서 발현하는 권위를 상호 존중하여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리더십이다. 성직자의 리더십은 우월성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지배나 획득보다는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만일 바울의 리더십을 이러한 성직자의 리더십 곧 직책의 카리스마로 인정한다면, 교회를 순회하는 바울과 같은 사도는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이른바 교역자 체계인 조직적인 체제의 생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바울의 교회를 합법적이고 이성적인 관료제(적어도 원시적 관료제)로 볼 수 있는가?
   방랑하는 카리스마적 혹은 예언자적 리더십이 위축되고 바울 리더십의 발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복음서에 등장하는 방랑하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투철한 소명의식과 집중성이라는 특징은 리더십의 상황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요소이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양성으로 나타나는 평등성과, 소명과 집중성으로 드러나는 우월성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현대의 다원적 특징으로 말미암아 현대사회는 종교마저 선택의 대상으로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의 다원적 특징은 경쟁상황 즉 종교시장을 형성시키는 경향 안에서 개인들이 종교에 대해 소비자의 지위를 획득한 것에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바울의 리더십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다원적 사회 속에서 리더십은 어떤 모양이 되어야 하는가?
   다양성과 통일성의 강조는 공동체 안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현존하는 교회질서의 수호자로서 있기를 원하는 교회 지도자의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바로 급변하는 종교시장 안에서 시장에 지도자 자신을 너무 의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지도자는 역동성을 잃을 수 있는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역동성의 부족이 바로 다양성의 강조를 통하여 드러난 평등성에 있지 않은가? 베버적 이해 혹은 방랑하는 지도자들이 보여준 카리스마와 강렬한 도덕성이 없기에 오늘날 한국교회는 역동성의 부족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장상황에서 성직자의 지위 및 성직자-평신도 관계는 크게 달라 질 것으로 보인다. 종교영역에서의 시장상황은 특히 종교적 지배집단인 성직자 계층에게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긴장을 부과하며, 성직자의 지위 역시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것으로 변할 수 있다. 이들의 기본적인 이해관계를 이루는 교회의 안정적인 자기 유지가 이제는 더 이상 자동적으로 보장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카리스마의 본질적 의미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첨부파일
박노식(조광호_논문_논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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