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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절한 글꼬리를 잛게 써야 합니다.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479

너절한 글꼬리를 잛게 써라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의 글에서 ‘글꼬리 늘이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쓰기는 흥미 없고, 숙제는 내야 하는 학생들은 분량만 맞추느라 급급하다. 학년이 올라가도 이런 모습은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글에서도 이런 문제를 종종 발견한다. 습관으로 굳어진 탓도 있지만 ‘글꼬리 늘이기’가 문제란 인식조차 없기 때문이다.
글꼬리가 길어지면 독해 속도는 느려진다. 개별 문장에 집중하다 보니 전체 흐름을 놓친다. 그 결과 글쓴이는 자신의 의도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그 친구는 숙제를 하지 않았다”에 비해 “그 친구는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란 문장은 볼품없고, 긴장감도 떨어진다. 당연히 설득과 공감의 힘도 약하다. 글쓰기가 직업인 기자들도 이런 실수를 한다.

다음은 신문사의 얼굴 격인 사설에서 추린 문장이다.

예시글 1

(가) 같은 일이 또 일어난 것은 감독당국의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그런 의미에서 원 원장의 언급은 부적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 경협 자체를 별것 아니라거나 또 실패할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려는 시각은 단견 또는 편견의 소산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장황하게 글꼬리를 늘여 쓴 경우다. 다음과 같이 고쳐 보자.

(가-1) 같은 일이 또 일어난 것은 감독당국의 직무유기다.

(나-1) 그런 의미에서 원 원장의 언급은 부적절했다.

(다-1) 경협 자체를 별것 아니라거나 또 실패할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려는 시각은 단견 또는 편견의 소산이다.

글자 수가 각각 10자가량 줄었다. 신문 칼럼이나 논술 시험 답안이 대략 1600자 안팎, 40~50문장 정도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글꼬리를 줄였을 때 최소한 200자 이상의 글 쓸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간단한 사례나 ‘주장과 근거’를 추가하기에 충분하므로 같은 1600자라도 훨씬 돋보이게 쓸 수 있다.

글꼬리를 짧게 쓰면 뜻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다음 문장에 눈이 쉽게 가기 때문에 생각의 흐름도 끊기지 않는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글꼬리를 간결하게 쓰는 건 글쓰기의 미덕이다. 의도적으로 생각을 숨길 목적이 아니라면 글꼬리는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한다.

‘생각을 하다’, ‘맛이 있다’, ‘준비를 하다’처럼 한 단어를 둘로 나눠 글꼬리를 늘이는 것도 문제다. ‘생각하다’, ‘맛있다’, ‘준비하다’로 고쳐야 간결하고 부드럽다. 고치는 요령은 간단하다. ‘하다’와 ‘있다’를 찾아라. 그리고 그 앞에 목적어가 있으면 대개 한 단어를 둘로 나눈 경우이므로 목적격 조사 ‘을/를’을 떼고 ‘하다’, ‘있다’와 붙여 써라.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2

(라) 나는 한국사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다시 필수과목으로 선정을 한 것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과의 독도문제, 동북공정 등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가 지혜롭게 해결을 해야 한다.

‘생각을 한다’는 ‘생각한다’로, ‘선정을 한’은 ‘선정한’으로, ‘해결을 해야’는 ‘해결해야’로 고친다.

(라-1) 나는 한국사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필수과목으로 선정한 것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과의 독도문제, 동북공정 등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가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나는 ~ 생각한다’와 ‘~일이다’는 불필요하므로 빼고, ‘선정한 것도’는 ‘선정돼’로 바꿔 20자를 더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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