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복음서에 나타난 신학적 주제와 윤리적 쟁점을 마치 문화평론가가 비평하듯이 논평하는 방식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저자의 의도를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문화의 구조(문화 형식과 사유방식)에 비추어서 복음서의 사상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텍스트를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창문(window)이나, 현재의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문학적 구조를 통해서 반성하는 거울(mirror)로서 보기 보다는, 교차문화의 관점에서 현대와 고대의 역사와 문학을 동시에 변화무쌍하게 만나게 하는 만화경(kaleidoscope)처럼 보면서, 이를 한국의 정황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이 책에서는 전통적인 역사 비평 방법을 치밀하게 사용하기 보다는 이 통찰을 적절히 사용하여 복음서에 나타난 문화신학과 그 문화비평 전략의 특성을 새롭게 재구성하려 하였다. 특히 여기에서 사용되는 문화비평적 해석의 접근방법은 서구 문학과 담론에 내재하는 권력/지식, 보편성/특수성, 관념론/유물론의 상관관계 등에 관한 문화비평의 문제들을 탐구하였던 탈구조주의 비평에서 비롯되었다. 문화비평적 해석이란 바로 고대 문화에 대한 문화비평의 역사적 고찰과 이를 현대 문화에 적용하는 문화비평적 읽기(cultural reading)와 해석을 동시에 중요시하는 비평적 성찰을 말한다. 특히 탈식민주의 비평에서 가장 선호하는 읽기 전략의 하나로 정착된 문화비평적 읽기는 독자가 본문과 이 본문의 저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탐구하게 되는 저자와 당시의 독자가 공유하는 정치문화적 맥락과 본문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사회적, 문화적 위치(종족, 성, 계급, 국가, 종교, 생태적 환경 등)에 비추어서 본문이 제시하려는 토론의 주제를 재해석하고, 재의미화하고, 적용하는 독해방식을 말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의 엄밀한 실증주의적 검증이 아니라 현대 문화와 고대 문화와의 차이, 본문에 나타난 인물들의 문화적 위치의 차이, 저자와 본문과 독자의 문화적 위치의 차이에 의해서 텍스트의 주제의 핵심 논점을 주석학적으로 논의하고, 이러한 분석된 결과들을 신학적으로 종합하여 재기술하는 것이 초점이 된다.
위에서 제기한 책의 저작 동기, 목적과 방법에 입각해서 필자는 제 I장에서는 탈식민주의 문화 이론(구조론적인 탈식민주의 비평)의 해석학적 기초를 놓기 위해서 사건의 해석학과 교차문화적 읽기와 탈식민주의비평 방법과 읽기 방식을 ‘이론’의 수준에서 소개하고자 하였다.
전체 내용의 핵심을 이해하는 코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제 II장에서는 복음서 예수의 종교문화 신학, 비움의 제자도와, 저항(resistance)의 문화비평 전략을, 제 III장에서는 공관복음에 나타난 정치문화 신학, 하나님 나라 사회 운동 참여의 정치윤리 제자도, 교섭(negotiation)의 문화비평 전략을, 제 IV장에서는, 요한복음에 나타난 사회문화 신학, 인격적 만남을 통한 연대(連帶)의 제자도, 전이(translation: 문화적 번역)의 문화비평 전략을 각각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마지막 제 V장에서는 위에서 제시된 복음서의 문화신학과 정치윤리를 탈구조주의적/탈식민주의적 통찰에 의해서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제국과 이와 직접 연계된 한국 사회와 교회의 구체적 현실에 대응하는 기독교 사회운동과 문화사역을 위한 제자도를 탐색하기 위해서 새롭게 구성해야 할 성경공부의 문화비평적 읽기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였다.